흐르는 곡은, 하수영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 * * * * * * * * * * * * * 아내 高巖 조그맣고 통통한 여자가 제 몸무게만큼 들은 옷 가방을 메고 올라올 것이다. 남대문 지하계단을. 노숙자(露宿者)들의 노리착지근한 통로를 지나. 가방은 멨는데 키가 크다. 일산(一山) 가는 옷장수로군. 또 한 여자, 너무 뚱뚱한 데 옷 가방이 잘 어울려. 새벽 1시 40분. 오늘 장 보러 오지 않았나 보구나. 어제 봤나. 에구, 이런 건 우린 연때가 안 맞아. 귀갓길에 같이 가려고 우줅 이곳까지 왔는데. 못 만나네. 이젠 막차 타야지. 아내의 짐을 받아 들고 함께 향하려던 바람은, 부유스름한 가로등 불빛아래 주저앉는다. 세상 살아가는 아픔과 몸부림을 아내는 나 대신 짊어지고 다닌다. 제 몸보다 버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