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87. 오 렌 지

높은바위 2005. 8. 30. 09:28
 

187. 오 렌 지

 

                        申  瞳  集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할 수 없는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는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는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에 있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에 있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거죽엔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1. 시작(詩作) 배경

  오렌지라는 한 사물을 소재로 하여, 존재론적 관점에서 사물의

  내용적 의미를 추구하려는 매우 지적인 시.


2.시상의 전개

  *제1연:미지(未知)의 오렌지

  *제2연:본질을 외면하는 현실

  *제3연:본질 인식에 대한 그릇된 생각

  *제4연:본질 인식의 어려움

  *제5연:무의미한 시간의 연속

  *제6연:본질 인식의 희망


3.주제:삶의 본질적 의미의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