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86. 주막(酒幕)에서

높은바위 2005. 8. 29. 06:08
 

186. 주막(酒幕)에서


                             金  容  浩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이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친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현대 문학」(1967)



1.시작(詩作) 배경

  이 시는 인생을 나그네 길로 보고, 그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야만 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연민을 노래한 작품. 


2.작가소개

김용호는 1936년경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노자영(盧子泳)이 주재한 ‘신인문학’에 시 <첫여름 밤 귀를 기울이다>를 발표한데 이어, 민족의 비분을 읊은 장시 <낙동강>(1938)을 발표한 후, ‘맥’ 동인이 된다. 현실 인식이 남달리 강했던 그는, 일제말 붓을 꺾고 침묵을 지키다가 제2시집 “해마다 피는 꽃”(1948)에서 민족의 암담한 시절의 비분을 노래한다. 그 후 시집 “푸른 별”에서는 소시민의 인정과 애환을 다루는 서정적인 경향으로 기울었으나, 후기의 시집 “의상세례”에서는 다시 역사적 현실 인식을 엿볼 수 있다.


3.주제:인생살이에 대한 관조


4.제재:인생(人生)


5.특징

  삶에 대한 시인의 성찰과 관조적인 자세가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