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나 무
朴 木 月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
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
을 어구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
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
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
병일까. 외로와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
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
었다.
----시집 「청담(晴曇)」(1964)----
1.시작(詩作) 배경
여행중에 본 나무의 모습에서 받은 각각의 인상을 재미있는
화술로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으며,마음 속에 깊이 박혀 있
는 내부의 사실을 미적으로 표현한 산문시.
2.시상의 전개
*제1부분-늙은 나무의 묵중함
*제2부분-나무의 춥고 침울한 모습
*제3부분-산마루의 외로운 나무들
*제4부분-마음에 뿌리 내린 나무의 모습
3.주제:묵중하고, 침울하고, 고독한 삶의 모습
4.제재:나무
5.시어의 의미
*과객(過客)-지나는 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