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夜 行 車 속 31. 夜 行 車 속 사투리는 매우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젓가락으로 밥을 날러가는 어색한 모양은, 그 까만 얼골과 더불어 몹시 낯익다. 너는 내 방법으로 내어버린 벤또를 먹는구나. “젓갈이나 걷어 가주올 게지 --- ” 혀를 차는 네 늙은 아버지는 자리가 없어 일어선 채 부채질을 한다. 글쎄 옆에 앉..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30. 네거리의 順伊 30. 네거리의 順伊 임 화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러면, 내 사랑하는 젊은 동무, 너, 내 사랑하는 오직 하나뿐인 누이동생 순이, 너의 사랑하는 그 귀중한 사내,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 --- 그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어디서 온단 말이냐? 눈바람 찬 불상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9. 白 鹿 潭 29. 白 鹿 潭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 꽃키가 점점 消耗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花紋처럼 版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八月 한철엔 흩어진 星辰처럼 난만하다. 산..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8. 長 壽 山 1 28. 長 壽 山 1 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묏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골을 걸음이랸다? 웃절 중이 여섯 판에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7. 별 27. 별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 - 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金실로 잇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듯, 솟아나듯 불리울 듯, 맞아들일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일는 회한에 피여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6. 고 향 26. 고 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을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5. 琉 璃 窓 1 25. 琉 璃 窓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 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4. 鄕 愁 24. 鄕 愁 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3. 그날이 오면 23. 그날이 오면 심 훈(1901-1934)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2. 국 경 의 밤 22. 국 경 의 밤 제 1 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江岸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 갔다 ---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곰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놓고 밤새가며 속태이는 젊은 아낙네 물레..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