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31. 夜 行 車 속

높은바위 2005. 6. 2. 18:29
 

31. 夜 行 車    속



  사투리는 매우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젓가락으로 밥을 날러가는 어색한 모양은,

  그 까만 얼골과 더불어 몹시 낯익다.


  너는 내 방법으로 내어버린 벤또를 먹는구나.

  “젓갈이나 걷어 가주올 게지 --- ”

  혀를 차는 네 늙은 아버지는

  자리가 없어 일어선 채 부채질을 한다.


  글쎄 옆에 앉은 점잔은 사람이 수건으로 코를 막는구나.


  아직 멀었는가 추풍령은 ---

  그믐밤이라 정거장 푯말도 안 보인다.

  답답워라 산인지 들인지 대체 지금 어디를 지내는지?


  나으리들뿐이라, 누구한테 엄두를 내어

  물을 수도 없구나.


  다시 한번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양복쟁이는 모를 말을 지저귄다.

  아마 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아나보다.


  되놈의 땅으로 농사 가는 줄을 누가 모르나.

  面所에서 준 표紙를 보지, 하도 지척도 안 뵈니까 그렇지!


  차가 덜컹 소리를 치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필연코 어제 아이들이 돌멩이를 놓고 달아난 게다.


  가뜩이나 무거운 짐에 너 그 사이다병은 집어넣어 무얼 할래.

  오오 착해라, 그래도 누이 시집갈 제 기름병을 할라고 ---


  노하지 마라 너의 아버지는 소 같구나.

  빠가! 잠결에 기대인 늙은이의 머리를 밀쳐도,

  엄마도 아빠도 말이 없이 허리만 굽히니 ---

  오오, 물소리가 들린다 넓고 긴 낙동강에 ---


  대체 어디를 가야 이 밤이 샐까?

  얘들아, 서 있는 네 다리가 얼마나 아프겠니?

  차는 한창 강가를 달리는지,

  물소리가 몹시 정다웁다.

  필연코 고향의 강물은 이 꼴을 보고 노했을 게다.

 

                              1935.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