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산 11. 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1)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은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2),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10. 진 달 래 꽃 10. 진 달 래 꽃 김 소 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寧邊에 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밝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1922년. 개벽 * 『개벽』(1923)에 발표된..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9. 봄은 고양이로다 9. 봄은 고양이로다 이 장 희(1900-1929)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가 뛰놀아라 1..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8. 당신을 보았습니다 8.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7. 나룻배와 行人 7. 나룻배와 行人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6. 알 수 없어요 6.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5. 님의 침묵 5. 님의 침묵 한 용 운(1879-1944)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다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3. 나의 寢室로 3. 나의 寢室로 이 상 화(1901-1943)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야 돌아가려는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5.31
2. 불놀이 2.불놀이 주 요 한(1900-1979)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 아아 해가 저물면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시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