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진 달 래 꽃
김 소 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寧邊에 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밝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1922년. 개벽
* 『개벽』(1923)에 발표된 이 시는 우리말 구어체의 정수를 활용한 7․5조를 십분 살린 민요시, 서정시로 김소월의 대표작이다.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게 될 때의 나의 가슴에 사무치게 밀려올 정과 한, 미련과 원망의 갈등을 거쳐, 나의 전부인 진달래꽃을 임 앞에 깔아 드리겠다는 승화된 사랑의 감정은 떠나는 임에 대한 축복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만약 임께서 기어이 가시겠다면 그때는 ‘죽어도 아니 눈물을 흘리오리다’라는 초자아의 인고의 의지까지 보이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릴 것이요, 따라서 나는 임을 보낼 수 없소’라는 역설이 담겨 있다.
‘이별의 정한과 그 극복의 의지’가 승화된 사랑의 정서, 민요조의 리듬감과 어울려 우리의 정감을 돋우는 명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