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1. 산

높은바위 2005. 6. 2. 06:03
 

11.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1)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은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2),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개벽. 1922.10월호. 

 

 

*  1)시메: 깊은 산골 지방.

    2)불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