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1. 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1)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은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2),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개벽. 1922.10월호.
* 1)시메: 깊은 산골 지방.
2)불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