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껍데기는 가라 205. 껍데기는 가라 신 동 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8
204. 천상(川上)에 서서 204. 천상(川上)에 서서 朴 載 崙(박재륜) 산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을 듣는 것이다. 흐르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흐름이 계곡을 흐르듯 목숨이 흐름되어 우리들의 살을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의 뼈를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흐름이 계..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6
203. 혼자 선 나무 203. 혼자 선 나무 劉 庚 煥 나무 위로 바람 없이 날아 오르는 꽃잎을 아이가 쳐다보고 있다. 뾰죽탑 위로 바람 없이 오르내려 흩어지는 구름 조각 끝 아이가 턱에 걸고 있다. 날아오르는 일이 가장 하고 싶던 갈망이었음을 뉘에게도 말할 사람이 없었던 때 꽃잎보다 구름보다 높게 전봇대만큼 키 크는 꿈..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5
202. 역(驛) 202. 역(驛) 韓 性 祺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驛)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線路)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驛)처럼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4
201. 네가 살던 집터에서 201. 네가 살던 집터에서 김 용 택 네가 살던 집터에 메밀꽃이 피고 달이 둥실 떴구나. 저렇게 달이 뜨고 이렇게 네가 보고 싶을 때 나는 너의 희미한 봉창을 두드리곤 했었다. 우리는 싱싱한 배추밭머리를 돌아 달빛이 저렇게 떨어지는 강물을 따라서 걷곤 했었지. 우리가 가는 데로 하얗게 비워지는 길..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3
200. 꽃 200. 꽃 朴 斗 鎭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1.시적(詩的) 의의 박두진의 시 가운데서..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2
199. 어떤 사람 199. 어떤 사람 申 瞳 集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켠에서 말 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겁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직이 나는 묵례를 보낸다. 혹시는 나의 잠을 지켜 줄 사람인가 지향없이 나의 밤을 헤..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1
198. 알 수 없어요 198. 알 수 없어요 韓 龍 雲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10
197. 쉽게 씌어진 시 197. 쉽게 씌어진 시 尹 東 柱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우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09
196.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196.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黃 東 奎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날도 안 보이고 보이..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