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ㅎ 32

하그리

그렇게도. 어찌도 그리. 매우 간절하게. '그렇게'를 강조한 말. 지내간 南(남)쪽 봄이 하그리 그립건만 때아닌 눈발만 窓(창)가를 두다리네 (모윤숙, '봄찾는 마음', "빛나는 지역", p. 14) 드디어 크낙한 空虛(공허)이었음을 알리라. 나의 삶은 한떨기 이름 없이 살고 죽는 들꽃 하그리 못내 감당하여 애닯던 生涯(생애)도 정처 없이 지나간 一陣(일진)의 바람 (유치환, '드디어 알리라', "유치환시선-'생명의 서'", p. 32) 靑山(청산)이 떠 갑니다 東海(동해) 푸르름에 片舟(편주)의 사공인 양 大佛(대불)은 졸립니다 하그리 바다가 멀어 깨울 날이 없으신 듯. (조오현, '石窟庵大佛석굴암대불', "심우도", p. 18)

하관(下棺)

​ 관을 무덤 속의 광중으로 내림.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상징하는 말. ​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 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박목월, '하관', "난 기타", ) ​ ​ 볏가리 하나하나 걷힌 논두렁 남은 발자국에 딩구는 우렁껍질 수레바퀴로 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