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아드리안 세실 리치(Adrienne Cecile Rich)

지붕 이는 사람 반 정도 짓다 만 집들 너머로 밤이 오고 있다. 목수들이 지붕 위에 서있다. 망치질을 마친 후의 고요한 시간 도르래는 느슨하게 멈추어 있다. 경사진 지붕 바닥 위의 거인들, 지붕 이는 사람들 그들의 머리 위에서 막 부서지려고 하는 어둠의 물결, 사람들의 모습들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지나가고 불타는 바닥 위에 그림자를 던지는 하늘은 찢긴 돛이다. 지붕 위에 있는 그들이 나는 좋다. 노출되어 실물보다 더 큰 몸으로 내 목을 꺾어버리기 때문에. 무한정의 힘을 들여 내가 그 아래서 살 수 없는 지붕을 얹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까? -그 모든 설계도 공백을 메우고 자로 재고, 계산하는 일들도? 내가 택하지도 않았던 인생이 나를 택했다. 내 연장들 마저 내가 해야 할 일에 맞지 않는 것이다. 나는 가..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나무들에게 두브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지우며 그 위로 모든 길들을 막아 버렸던 그대들 죽어서조차 두브는 단지 빛에 지나지 않음을 냉정히 보증하는 그대들. 허기와 추위 그리고 침묵의 동전을 입속에 꼭 물고는 사자(死者)들의 나룻배에 그녀가 몸을 실을 때 치밀한 섬유질인 나무들 그대들은 내 곁에 있었지. 개떼들과, 형체를 알 수 없는 뱃사공과 그녀가 나누려는 대화를 그대들을 통해 듣게 되면 그토록 많은 밤을 뚫고 강줄기 전체를 무릅쓰는 두브의 전진에 의해 나도 그대들의 일원이 된다. 나뭇가지 위로 구르는 우렁찬 천둥이 여름의 정점에서 불사르는 축제들은 그대들의 준엄한 중재 속에서 두브의 운명과 내 운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 * * * * * * * * * * * * * * * 이브..

아드리안 세실 리치(Adrienne Rich)

강간 밤 사냥꾼이면서 아버지이기도 한, 어느 경찰이 있다. 그는 당신과 같은 동네 출신이고 당신의 남자형제들과 자랐으며 어떤 이상(理想)도 갖고 있다. 부츠를 신고 은(銀) 배지를 달고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총을 만질 때의 그는 당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를 알게 되어야만 한다. 그는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기구에 접근 가능한 사람. 그와 그의 종마(種馬)가 군벌(軍閥)들처럼 쓰레기 사이를 어슬렁댄다. 그의 이상이 공중에 서 있다. 웃음기 없는 입술 사이에서 생겨난, 얼어붙은 구름. 그리하여, 때가 되면, 당신은 그에게 의지해야 한다. 미치광이의 정액이 아직도 허벅지에 끈적이고 정신은 실성한 듯 빙빙 도는데. 당신은 그에게 자백을 해야만 한다, 당신은 당신이 당한 ..

아드리안 세실 리치(Adrienne Cecile Rich)

장래의 이민자들이여, 부디 주목하십시오 당신은 이 문을 통과하든지 못하든지 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통과하더라도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위험을 언제나 각오하십시오 모든 것이 당신을 이중적으로 쳐다볼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뒤를 돌아보고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만일 당신이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가치 있게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당신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당신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용감하게 죽는 것도요 하지만 많은 것이 당신을 장님으로 만들 것입니다 많은 것이 당신을 스쳐 지나갈 것입니다 어떤 비용을 치를지 누가 알겠습니까? 문 자체는 어떤 약속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문일 뿐이니까요 ​ * * * * * * * * * * * * * * * 아드리안 세실 리치(Adrienne Cecile R..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또 하나의 소리 모든 것이 멈출 때 머리칼을 흔들거나 의 재를 뿌리면서 그대는 무슨 몸짓을 시도하려 하는가, 그리하여 존재의 자정이 책상을 비치는 것은 언제인가? 모든 것이 침묵을 지킬 때 그대의 검은 입술 위에서 그대는 어떤 기호를, 어떤 가난한 언어를 지키려고 하는가, 아궁이에 불이 꺼져버릴 때 마지막 불씨를 지키려 하는가? 나는 그대 속에서 살아가리라, 그리고 나는 그대 속에서 모든 빛을 꺼내리라, 모든 화육化肉, 모든 암초, 모든 법을. 그리하여 내가 그대를 끌어올린 허무 속에다 나는 번갯불의 길을 열리라, 아니면 아직껏 소리친 적이 없는 가장 커다란 외침을. * * * * * * * * * * * * * * *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1923년 6월 24일 투르 ~..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그것들이 흥분했을 때 애써 붙잡아라, 시인이여, 잡힌 수가 아무리 적더라도. 네 에로티시즘의 전망들을. 집어넣어라 그것들을, 반쯤 접어서, 너의 시구에. 애써 붙잡아라, 시인이여. 그것들이 흥분했을 때, 네 마음속에서, 밤에, 아니면 정오의 빛으로 말이지. * * * * * * * * * * * * * * *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1863년 4월 29일 ~ 1933년 4월 29일)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그리스 서정시인이다. 1863년 4월 29일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1933년 4월 29일 같은 곳에서 죽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후 런던에서 유년 및 청년 초기를 보냈다. 그 후 콘스탄티노플에서 1880년에서 1985년까지 보냈으며, 22세에 알렉산..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미완성이 절정이다 ​ 파괴하고, 파괴하고, 파괴해야만 했다. 구원은 그 대가로써만 이루어졌다. 대리석 속에 떠오르는 벌거벗은 얼굴을 파괴할 것, 모든 형태 모든 아름다움을 파괴할 것. 완성이란 입구이므로 완성을 사랑할 것, 하지만 알게 되면 곧 그것을 부정할 것, ​죽게 되면 곧 그것을 잊어버릴 것, 미완성이 절정이다. ​ * * * * * * * * * * * * * * *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1923년 6월 24일 투르 ~ 2016년 7월 1일 파리)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미술사가이다. 그는 또한 다수의 번역판을 출판했는데, 특히 프랑스어로 최고로 여겨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가장 유명하다. 1981년부터 1993년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로..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노인 앉아 있다 시끄러운 카페 한가운데 탁자 위로 몸을 옹송그리고 한 노인이; 신문 그 앞에 두고, 홀로 그리고 비참한 노년의 노여움으로 생각한다 정말 즐기지 못했구나 시절, 활력, 논리와 잘생긴 얼굴 소유자였던 시절을. 그는 안다 자신이 아주 늙었다는 것을; 느끼고 본다. 그렇지만 그가 젊었던 그때 마치 어제 같다. 너무 짧다. 그 간격, 너무 짧아. 그리고 그가 곰곰 생각한다. 사려분별이 날 기막히게 속였군; 그리고 난 언제나 신뢰했지 - 멍청한 놈! - 그 거짓말쟁이 말을; "앞으로 시간은 아주 많아." 회상한다 멈출 수 있었던 충동을; 참으로 많은 기쁨을 희생했구나. 그의 멍청한 지식을 놓쳐버렸던 기회들이 이제 도처에서 비웃는다 ---- 그러나 많이 곰곰 생각하고 많이 기억해 낸 탓에 그 노인 어..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알렉산드리아 왕들 모였다 알렉산드리아인들 본다 클레오파트라의 아이들, 카이사리온과 그의 남동생들, 알렉산드로스와 프롤레마이오스, 처음으로 데려왔다 경기장으로, 거기서 선포될 참이지 왕으로, 찬란한 부대 대형의 와중. 알렉산드로스 -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칭했다 아르메니아, 메디아와, 파르티아의, 프톨레마이오스 -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칭했다 킬리키아, 시리아와, 페키니키아의. 카리사리온이 서 있었다 좀 더 앞에. 장밋빛 비단옷 차림. 가슴에 히아신스 부케, 벨트는 사파이어의 자수정의 두 열, 신발을 묶은 하얀 핑크빛 리본이 진주로 장식되었고. 사람들이 그를 칭했다 동생들보다 더 높이, 그를 칭했다 왕중왕으로. 알렉산드리아인들 분명 느꼈다. 이런 것들 단어이고 연극이라는 것을. 그러나 날이 따스하고 시적이..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애련(愛憐) 질끈 귀엽고 굳은 치아로 초록색 풀을 깨무는 여자여 여자여 그 여리게 푸른 풀의 잉크로 남김없이 내 얼굴을 칠하여 내 정욕을 고양시켜 우거진 풀밭에 남몰래 놀자 보아라 여기에는 은방울풀이 머리를 흔들고 저기에는 용담풀의 손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아아 나는 힘껏 네 유방을 끌어안는다 너는 네 힘껏 내 몸을 누르고 있다 그리하여 이 인기척 없는 들판 속에서 * * * * * * * * * * * * * * * 이 시는 대담한 에로티시즘을 관능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 때문에 시집 는 판금 조치를 받았다. * * * * * * * * * * * * * * *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1886년 11월 1일 ~ 1942년 5월 11일)는 일본 근대의 시인이다. 일본 근대시의 아버지라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