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 489

사랑의 쇠사실 / 사랑의 실

사랑의 구속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끈질기면서도 강한 운명성, 구속성을 지닌다는 뜻.  '너는 사랑의 쇠사실에 묵겨서 苦痛(고통)을 밧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질거우리라'고 禪師(선사)는 큰소리로 말하얏슴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사랑의 줄에 묶이운 것이 압흐기는 압흐지만 사랑의 줄을 끈으면 죽는것 보다도 더 압흔 줄을 모르는 말임니다사랑의 束縛(속박)은 단단히 얼거매는 것이 푸러주는 것입니다그럼으로 大解脫(대해탈)은 속박에서 엇는 것입니다님이어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가버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렷습니다 (한용운, '禪師선사의 說法설법', "님의 침묵", p. 78)

나룻배

강에서 나루와 나루 사이를 건너 다니는 배. 시에서 배는 인간 실존의 표상으로 쓰인다. 이 시에서 나룻배는 남을 위한 수고와 희생을 자신의 성숙한 자양분으로 삼음과 동시에 이웃의 기쁨으로 창조해 내는 보살의 정신,  인욕의 정신으로서 상징성을 지닌다.  나는 나룻배당신은 行人(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읍니다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나는 당신을 안으면 깁흐나 엿흐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마지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잇습니다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도러보지도 안코 가십니다 그려그러나 나는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아러요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님의 침묵", p. 28)

가라지¹

밭에 나는 강아지풀. 가라지풀.  이삭은 八月팔월을 핥고 있길래가라지는 질랄라비 시늉을 한다. (윤영춘, '산우에 보리밭', "무화과", P. 28) 자선남비에 동전 사랑가라지와 밀이삭 한데 묶어서그렁저렁 당도한한 해의 마지막 行程(행정)입니다 (홍윤숙,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사는 법", P. 66) 가라지풀은 찬서리와 시비 없이도 떠날 수 있음으로 하여 아름답고고요한 들녘 강은 수척하다. (정동주, '입동날', "논두렁에 서서", P. 134) 나락논엔 술취한 메뚜기 이리 뛰고 저리 뛰고이중에 가라지풀도 키 잰다고 발돋움한다천지엔 짙푸른 毒氣(독기) 살점 부르르 떨리는 綠陰(녹음) (유안진, '옛날 옛날에', "날개옷", p. 97)

다모토리

독한 소주(燒酒)를 말하는 함경도, 북간도(北間島)의 방언.  그래 내가 翁(옹)이라는 존칭을 붙여주었던 金鎭壽(김진수)는그 호주머니 여유가 있는 저녁은나를 그 방바닥이 뜨신 滿洲(만주) 냉면집으로 불러다모토리 쐬燒(주) 노나 마시며 웃고만 있었는데, (서정주, '北間島북간도의 청년 영어교사 金鎭壽翁김진수옹', "늙은 떠돌이의 시", p. 32) 고추장에 햅쌀밥을 맵게 비벼 먹어도,다모토리 쐬주로 마음 도배를 해도,하누님께 단군님께 꿇어 업드려미안하요 미안하요 암만 빌어도,하늘 너무 밝으니 영 안 잊히네. (서정주, '시월이라 상달되니', "미당서정주시전집", p. 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