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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날 외롭지 않았으면

흐르는 곡은, Yves Montand - Les Feuilles Mortes(고엽) * * * * * * * * * * * * * * * 처음 가는 날 외롭지 않았으면 高巖 시인 장 콕토와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같은 해 같은 날 죽었단다 콕토가 조금 먼저. 글도 예술도 재능 많던 남자 노래마다 사랑받던 여자 재능만큼 사랑만큼 고독도 더 깊었던 그들. 풍요 속의 빈곤 군중 속의 고독. 역시 많아서 넘치는 것일까 양명(揚名)은 외로움을 동반하는 것일까. 외로운 세상에서 처음 가는 날 외롭지 않았겠지. *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 : 프랑스 시인, 평론가, 소설가, 희곡작가, 발레극본작가, 시나리오작가, 화가, 영화감독. 최후까지 영원한 예술가였지만, 너무 다각적인 재능으로 높은 평..

남산(南山)

"경주 남산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만월이 가까워지자 아내의 배는 남산만 해졌다." 애국가의 가사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가사가 나온다. 서울의 '남산'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서울의 남산은 신 증동국여지승람>에는 '목멱산(木覓山)은 도성의 남산인데 인경산(引慶山)이라고도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남산'은 '도성의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일반화된 이름이고, 고유명은 '목멱산', '인경산'이었음을 알 수 있다.그 밖에 남산을 우리말로는 '마뫼'라고도 불렀는데, 한글학자 문일평은 '마'는 남쪽을 뜻하는 우리말이고, '뫼'는 산을 뜻하는 순우리말로써 '마뫼'는 우리 고어로 '남산'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고, '목..

가라지¹

밭에 나는 강아지풀. 가라지풀.  이삭은 八月팔월을 핥고 있길래가라지는 질랄라비 시늉을 한다. (윤영춘, '산우에 보리밭', "무화과", P. 28) 자선남비에 동전 사랑가라지와 밀이삭 한데 묶어서그렁저렁 당도한한 해의 마지막 行程(행정)입니다 (홍윤숙,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사는 법", P. 66) 가라지풀은 찬서리와 시비 없이도 떠날 수 있음으로 하여 아름답고고요한 들녘 강은 수척하다. (정동주, '입동날', "논두렁에 서서", P. 134) 나락논엔 술취한 메뚜기 이리 뛰고 저리 뛰고이중에 가라지풀도 키 잰다고 발돋움한다천지엔 짙푸른 毒氣(독기) 살점 부르르 떨리는 綠陰(녹음) (유안진, '옛날 옛날에', "날개옷", p. 97)

인물(人物)에 대하여

‘사람’을 대상으로 여겨 이르는 말로, 인물(人物)과 인재(人才)를 들 수 있겠다.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才)'라 함에, 굳이 도참풍수설(圖讖風水說)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기후나 자연 지리적, 심리학적인 면과 연관을 맺는다.해변이나 평야부에 인물이 적고, 가장 인물이 많은 곳은, 표고 50미터 내외의 반산반야(半山半野) 지역이다.기후는 인물 배출과 뚜렷한 관계는 없으나, 1월 평균 등온선(等溫線)으로 따져, 0도 이상의 남해안 지방과 영하 10도 미만의 북관지방에는 인물이 현저히 적고, 또 연평균 강우량이 1,300미리가 넘는, 역시 남해안 지방과 800미리 미만인 북관지방에는 희소하다.이로써 쌀 주식지보다 보리 주식지에 인물이 비교적 많음을 알 수 있다.이 자연적인 조건은 환경의 혜택을 ..

다모토리

독한 소주(燒酒)를 말하는 함경도, 북간도(北間島)의 방언.  그래 내가 翁(옹)이라는 존칭을 붙여주었던 金鎭壽(김진수)는그 호주머니 여유가 있는 저녁은나를 그 방바닥이 뜨신 滿洲(만주) 냉면집으로 불러다모토리 쐬燒(주) 노나 마시며 웃고만 있었는데, (서정주, '北間島북간도의 청년 영어교사 金鎭壽翁김진수옹', "늙은 떠돌이의 시", p. 32) 고추장에 햅쌀밥을 맵게 비벼 먹어도,다모토리 쐬주로 마음 도배를 해도,하누님께 단군님께 꿇어 업드려미안하요 미안하요 암만 빌어도,하늘 너무 밝으니 영 안 잊히네. (서정주, '시월이라 상달되니', "미당서정주시전집", p. 326)

마크 스트랜드(Mark Strand)

시(詩) 먹기 잉크가 입언저리로 퍼져간다.내 입 같은 행복도 없다.나는 시를 먹는다. 도서원은 믿지 않는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을.그녀의 눈엔 낯설다그리고 드레스를 걷어 올리고 걸어간다. 시들은 사라진다전등은 희미해지고개들이 지하실에서 올라온다.  개들은 눈알을 굴리며브론드 색 다리들이 불에 타는 듯하다.가엾은 도서원은 발을 굴리며 울기 시작한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내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핥을 때그녀는 놀라 소리친다. 나는 별난 사람나는 그녀를 보고 으르렁거리고 짓으며어둠 속에서 뛰놀면서 책을 읽는다. * * * * * * * * * * * * * * * Eating Poetry Ink runs from the corners of my mouth.There is no happiness lik..

바람맞다

"철수는 슬기에게 바람맞고 의기소침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할아버지는 바람맞아 자리에 누우셨다." 자동사로 쓰이는 "바람맞다"라는 말은, 원래  중풍에 걸렸다는 것을 뜻한다. '중풍(中風)'의 '풍(風)'이 바람을 뜻하는 한자말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그런데 중풍에 걸리면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도 없고 비참한 모습이 된다. 그래서 '남에게 속거나 약속이 어그러졌을 때'의 손해나 허탈감을 중풍에 연결시켜서 "바람맞았다"라고 하게 된 것이다.

조지훈(趙芝薰)의 해학과 연애관

서울 남산 서울타워 가는 길에서 1.5Km 되는 지점에 꽃동산이 있고, 그의 시비가 하나 세워져 있는 쉼터가 있다.그(1920년 12월 3일 ~ 1968년 5월 17일, 향년 48세)는 48세에 세상을 떠났지만, 주옥같은 시를 많이 남겼다.1946년 박목월, 박두진과 시집 청록집을 간행하면서 청록파라 불렸다.어릴 때 서당을 다녔고, 검정고시를 쳐서 혜화전문학교(지금 동국대학교)에 다녀서 일제식 교육은 전혀 받지 않았다.어릴 때 본명이 조동탁이었는데, 우스개 잡담도 시(詩) 못지않게, 육두문자도 조리 있고 지혜롭게 했다. 그의 강의에는 음담패설도 자주 등장했다.다음은 號(호)인 지훈(芝薰)의 유래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내 호가 처음에는 지타(芝陀)였지.마침 여학교 훈장(경기여고)으로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