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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나라 여인 이야기

병자호란 때 청(淸, 만주족이 지배했던 중국의 왕조, 1616~1912) 나라로 인질로 잡혀간 소현세자(昭顯世子, 인조의 맏아들, 1612~1645)에게 정을 쏟았던, 한 명나라 사족(士族)의 젊은 여인이 있었다.이름은 굴씨(屈氏)로만 알려졌다.세자가 연경(燕京,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北京)의 옛 이름)에 있을 때 접근, 귀국할 때 한국에 따라와서 이내 서울 성밖에서 살다가 죽어, 그녀의 무덤이 고양(高陽)에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인질로 있을 때 소현세자의 나이가 20대고, 또 굴씨도 묘령이었다.명나라 사족(士族)의 딸인 굴씨의 저항과 역시 호국에게 붙잡혀온 이국(異國)의 왕자가 갖는 저항은 손쉽게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소현세자가 돌아올 때 동행해서 같이 올 만한 친근성은 그것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

사랑의 쇠사실 / 사랑의 실

사랑의 구속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끈질기면서도 강한 운명성, 구속성을 지닌다는 뜻.  '너는 사랑의 쇠사실에 묵겨서 苦痛(고통)을 밧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질거우리라'고 禪師(선사)는 큰소리로 말하얏슴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사랑의 줄에 묶이운 것이 압흐기는 압흐지만 사랑의 줄을 끈으면 죽는것 보다도 더 압흔 줄을 모르는 말임니다사랑의 束縛(속박)은 단단히 얼거매는 것이 푸러주는 것입니다그럼으로 大解脫(대해탈)은 속박에서 엇는 것입니다님이어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가버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렷습니다 (한용운, '禪師선사의 說法설법', "님의 침묵", p. 78)

어떤 등산

흐르는 곡은, 김훈 - 메아리 * * * * * * * * * * * * * * * 어떤 등산                                高巖 오메 저 산 몸살 나겄네작작 올라 다니랑께사람이 단풍이여 올라갈 땐 홀로자연 속에서 나를 만나내려올 땐 쌍쌍 입산할 땐 등산객자연의 향기에 취하다하산할 땐 모주꾼 바위 위의 다람쥐잔뜩 부은 볼을 씰룩거리고 있다.오물(汚物)오물(汚物)......

기라성(綺羅星)

"이번 특집호에는 세계 문학계의 기라성 같은 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각 분야의 전문가가 기라성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이 '기라성(綺羅星)'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 또는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죽 늘어선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기라'는 번쩍인다는 뜻의 일본말이다. 여기에 별 성(星)이 붙어서 기라성이 되었다. 기라성은 곧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 쓰인 한자 '기라(綺羅)'는 순수 일본말인 '기라'의 독음일 뿐, 한자 자체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과 네이버 국어사전은  '빛나는 별'로 순화하여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나는 취업중

흐르는 곡은, 한스밴드 - 오락실 * * * * * * * * * * * * * * * 나는 취업 중                            高巖 외모는 40대,체력은 30대,업무능력은 타짜¹. 전적(前績)만 남을 것 같은 세상에오늘도 이력서를 들고 나선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음에 새삼 감사한다.내일 없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따뜻한 바람이 불면 아프다.몹시 아프다. ¹ 타짜 : 노름판에서,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            특정 분야에서 기술이나 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            고수(高手), 기술자.

내설악 오세암(五歲庵) 이야기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있는 절, 내설악 오세암(五歲庵)은 백담사에 속해, 643년(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가 지었는데, 당시에는 관음암(觀音庵)이라고 불렸다.5살 된 아이가 폭설 속에서 부처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있어서 '오세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산(鷺山) 이은상의 말을 빌면, 한국의 절터 가운데 가장 좋은 오세암(五歲庵)에는 같은 나이 또래인 10대의 수도승 셋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그들은 반항적이던 속세의 기질을 불심으로 억누르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동승(童僧)들이었다.독경(讀經)의 억양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그 논쟁은 사사로운 감정이 곁들이기에까지 발전하였고, 촛대를 들어 살상하는 일로까지 번졌다.피를 본 한 동승은 그 상황에 겁을 먹고 나머지 한 동료승마저 죽였다.절간 이웃에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