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창피(猖披)하다

높은바위 2024. 11. 13. 06:58

 

"너는 동생하고 싸우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니?"

"약간 창피한 얘기지만 벌써 나는 가슴이 와들와들 떨리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창피(猖披)'는 명사로,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함. 또는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한다.

 

'창피(猖披)'는 본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 옷매무새를 단정하지 못하게 흩트린 모습'을 가리키던 말로,

중국 전국 시대의 문필가 굴원(屈原)이 쓴 '이소경(離騷經)'에 나오는 '어찌 걸()과 주()는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옷매무새를 흩뜨린 채, 다만 궁색한 걸음으로 지름길을 찾았는가(何桀紂之猖披兮 夫唯捷徑以窘步)'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하나라의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이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 품위와 체통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다.

 

또,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지은 《사소절(士小節)》이라는 책에 "옷고름이나 치마끈을 풀어놓고 죄어 매지 않은 것을 '창피(昌披)'라 한다."는 말이 보인다.

​'창(昌)'은 '연다'는 뜻이다. '피(披)'에도 '풀어헤친다'는 뜻이 있다.

​옷고름을 매지 않거나 치마끈이 풀어지면 속곳이 다 보인다. 그야말로 창피한 일이 생기게 된다.

​혹 '창피(猖披)'나 '창피(裮被)'로 쓰기도 한다.

​'창피(裮被)'로 쓸 경우, 창은 '옷을 입고 허리띠를 안 맨 상태'를 뜻하고, 피(被)는 상의를 어깨에 걸친 모습을 말한다. 어느 경우이든 예의를 갖추지 않은 모습이다.

 

'창피'란 그러니까 허리띠가 풀어져 속옷이 다 보이거나웃옷의 옷고름을 풀어헤친 채로 다니는 것을 말한다

남들이 그 모습을 보면 웃고 손가락질을 하니 부끄럽다그래서 '창피하다'는 말은 '부끄럽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