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마음은 매일 다듬어야

높은바위 2024. 7. 5. 07:24

 
부인이 넷인 사나이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선고받은 그는 평상시 첫째로 애지중지하던 부인에게 죽음에의 동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색을 하며, "살아서는 함께 떨어질 수 없었지만, 죽음까지는 결코 동행할 수 없다."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낙심한 사나이는 둘째로 사랑하던 부인에게 말했으나, "가장 아끼던 부인도 안 가는데 내가 왜 갑니까?"
셋째 부인에게 말하니, "장지까지는 따라가지요."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평상시에는 돌아보지도 않던 넷째 부인에게서 사나이는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다.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끝까지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이 사나이는,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당신에게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어야 하는 건데...."라고 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비유에서 첫째로 애지중지하던 부인이란, 다름 아닌 자신의 몸뚱이를 말한다.
잘 입고 잘 가꾸어주고자 한평생 애를 쓰지만, 죽어서 가져갈 수는 없다.
 
둘째로 사랑하던 부인은 재물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죽을 때는 결국 빈손으로 가야 함을 밝힌 것이다.
이와 반대로 어떤 이는 죽으면서도 재물에 애착하여, 아끼던 보배반지를 열손가락에 끼고, 예금통장을 움켜쥐고 죽었다.
죽고 나니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자손들로 하여금 억지로 손가락을 잘라내는 불효를 저지르게 하였다고 한다.
 
셋째로 사랑하던 부인이란, 일가친척과 친지 등을 말한다.
죽고 나면 장지까지는 따라오지만, 관 속까지 따라 들어오는 이는 없다.
 
마지막으로 평소 돌아보지도 않던 부인이란, 바로 자신의 마음을 뜻한다.
몸뚱이는 옷 갈아입듯이 갈아입을 수 있지만, 마음은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닦았으면 닦은 대로, 못 닦았으면  못 닦은 대로 업장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