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가장 가치있는 시간

높은바위 2024. 7. 2. 07:38

 

인생은 시간으로 이어진다.

많은 시간을 가진 사람이라도 낭비해서 좋은 시간은 조금도 없다.

삶의 보람이 될 만한 일을 하고자 하던 사람이 어쩌다 자기가 가진 재능을 쓰지 못해,

그 재능이 녹이 슬어 버린다면 얼마나 한탄할까.



중국 후한 말기, 촉(蜀) 나라의 유비(劉備)가 유표라는 사람 집에 의탁하여 살던 때였다.

그때 유비는 조조와 협력하여 용맹한 장군 여포를 무찌르고,

조조의 주선으로 좌장군에 임명되었지만,

조조의 휘하에 있는 게 싫어 수도 허창에서 탈출했다.

유비는 각지로 전전한 끝에 황족의 일족인 유표에게 의지하게 된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작은 성을 받아 4년 동안 지냈다.

그 사이에 하북(河北)에서는 조조와 원소가 격돌하여 싸움을 되풀이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황하 이남 땅에서는 소강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표의 초대를 받고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 갔다가,

자신의 넓적다리에 두둑이 살이 붙은 것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비의 얼굴을 보고 유표가 그 까닭을 묻자, 유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하루도 말안장에서 떠날 적이 없어 넓적다리에 살이 붙은 적이 없었는데,

이제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으니 이렇게 살이 붙었습니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는데 이렇게 아무런 공을 세우지 못했으니 제 신세가 처량합니다."

 

이렇게 유비가 자기 넓적다리 살이 찐 것을 한탄한 데서 비롯된, 비육지탄(脾肉之嘆)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겼지만, 

우리가 태어나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군살'이 붙는다.

사람답게 사는 일을 외면할 때 우리에게 붙는 군살은 또 무엇일까.

인간의 재능은 무한하다.

내 몫으로 할당된 시간이란 짧은 것이니, 내 인생을 사랑하며 가장 가치 있게 시간을 소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