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ㅇ 36

아들

사내 자식.  눈이 내린다.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피신해 온 밤에아들의 시가 내린다.눈 다친 어린아이시가 내린다. -아버지의 몸에 눈이 묻는다.하늘의 눈이 묻는다. 빈 방 청소해주다 쓸어담은 종이 부스러기쓰레받기 위에서 빛 발하던 싯구절.눈이 내린다.아들의 시가 내린다. 분명 눈이 내린다.분명 우리 새끼들 자는 낮은 지붕 위무겁고 성스러운눈이 내린다. (이광웅, '아들 생각', "목숨을 걸고", , p. 134)

아도(啞陶)

조선 건국 시 이태조가 정도전을 시켜 만든 주먹만 한 질그릇. 입은 찢어져 있고 눈은 감겨 있는 얼굴 모양으로, 이 그릇을 지식인의 대문간에 하룻밤 새 100개씩 쌓아 놓으면 '말조심'하라는 경고의 뜻과 함께 요시찰 인물임을 암시했다. 그래도 입이 험하거나 빳빳하면 끌어다가 고문을 가했다고 함.  아도란 무엇이냐질그릇이다.인사동 골짜기의 고물상 같은 데 가서 만나보면입은 기다랗게 찢겨져 있고 두 귀는 둥글게구멍이 패어 있는입이 있어도 벙어리고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인못생긴 우리네의 질그릇이다. (송수권, '啞陶아도', "지리산 뻐꾹새", p. 97)

아네모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풀. 봄에 붉고 푸르고 흰 꽃이 핌. 아네모네는 그리스어로 '바람'이라는 뜻. 바다 가까운 露台(노대) 우에아네모네의 고요한 꽃방울이 바람에 졸고 (김광균, '午後오후의 構圖구도', "와사등") 바람둥이는 아네모네의 꽃말그 꽃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겹으로 마음을 감춘 꽃송이 속에혼자 숨어 있어도 좋은섬 하나 떠 있다 (박제천, '섬을 찾아서', "너의 이름 나의 시", p. 32) 한 줄기는 보라꽃花冠(화관)이 꿈 같다절반은 부러지고할 수 없이 정숙하게너는눈에 든다정이 가는 곳이면 一步(일보)아무 말없이 一步(일보) 걸음마를 타듯다가서고 싶다 상큼하고 가냘픈냄새도 빛도 없이저물어가는 물 위로 (김영태, '아네모네', "초개수첩", p.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