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ㅇ

아들

높은바위 2024. 10. 26. 07:53

 

사내 자식.

 

 

눈이 내린다.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피신해 온 밤에

아들의 시가 내린다.

눈 다친 어린아이

시가 내린다.

 

-아버지의 몸에 눈이 묻는다.

하늘의 눈이 묻는다.

 

빈 방 청소해주다 쓸어담은 종이 부스러기

쓰레받기 위에서 빛 발하던 싯구절.

눈이 내린다.

아들의 시가 내린다.

 

분명 눈이 내린다.

분명 우리 새끼들 자는 낮은 지붕 위

무겁고 성스러운

눈이 내린다. (이광웅, '아들 생각', "목숨을 걸고", <한국현대대표시선· Ⅲ>, p.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