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러시아 24

오시프 에밀리예비치 만델슈탐(Осип Эмильевич Мандельштам)

침묵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나, 그녀는 음악이요 말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깨뜨릴 수 없는 관계. 바다의 가슴은 조용히 숨을 쉬나 낮은 광인처럼 빛난다. 흐린 하늘색 그릇의 거품이 창백한 라일락 같다. 태어날 때부터 순결한 크리스털 음성처럼, 내 입술이 태초의 침묵을 얻게 해 주오! 아프로디테여, 거품으로 남아 있으라 그리고 말이 음악으로 돌아가게 하라 가슴이여, 마음의 수치를 담아라 삶의 근원에서 합쳐진 채로! * * * * * * * * * * * * * * * * 오시프 에밀리예비치 만델슈탐의 시집 에는 1930년대에 쓰인 그의 시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대목이 나온다. 스탈린을 풍자하는 시를 썼다는 이유로 비밀경찰에 원고를 압수당하고 시들이 전부 불태워졌음에도..

오시프 에밀리예비치 만델슈탐(Осип Эмильевич Мандельштам)

크렘린의 높으신 분 우리는 우리 발 밑의 조국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네 우리의 말은 열 발자국만 떨어져도 들리지 않지만 어쩌다 말을 꺼내게 된다면 크렘린의 높으신 분이 반드시 언급되기 마련이지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통통한 손가락은 지방으로 차 있고 아령만큼 무겁고 진중한 그의 말은 언제나 옳다네 바퀴벌레 같은 콧수염은 웃음을 짓고 있고 그의 장화는 반짝거리지 그의 주변은 두꺼운 목의 어중이 떠중이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는 이 반푼이들의 시중을 받는다지 누구는 속삭거리고, 누구는 야옹거리고, 누구는 훌쩍거리고 그 혼자만이 으르렁거리고 이놈 저놈 거린다지 마치 편자마냥 그는 갖가지 법령을 박아대지 누구는 고간에, 누구는 이마에, 누구는 눈썹에, 누구는 눈짝에 그의 처벌은 무엇이든 간에 달콤하기 그지없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