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러시아

파스테르나크

높은바위 2015. 9. 8. 08:03

 

        행복

 

저녁의 소나기는 씌어졌다.

정원에 의하여. 결론은 이렇다.

행복은 우리들을 만나게 할 것이다.

구름 떼 같은 그런 괴로움에.

 

틀림없이 폭풍 같은 행복은

악천후를 씻어 버린 여기저기 한길의

얼굴을 맞대고 있는

양지꽃의 환희 같은 그런 것이다.

 

거기서는 세계가 갇혀 있다, 카인처럼.

거기서는 변경의 따스함에 의하여

스탬프가 찍히고 잊혀지고 헐뜯기고 있다.

그리고 나뭇잎에 의하여 천둥은 비웃음을 받고 있다.

 

그리고 하늘의 높이에 의하여, 물방울은 딸꾹질에 의하여.

또 명료함에 의하여, 하물며

조그만 숲이 무수함에 있어서랴.

여러 개의 체가 전면적인 하나의 체로 합류된 것이다.

 

일단의 잎 위.

용해된 꽃봉오리의 대양.

상공에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휘몰아치는 숭배의 밑바닥

 

덤불의 더미는 짜내어지지 않고 있다.

호색적인 솔잣새도 새장에 온통

인동덩굴이 별을 흩뿌리듯

그처럼 열정적으로 모이를 튀기지는 않는다.

 

 

 

*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 : 1890-1960)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시인ㆍ작가로서 러시아 최후의 순수 예술파이다.

부친은 저명한 화가, 모친은 피아니스트였다.

어려서 음악을 지망했는데 철학에 몰두, 모스크바 대학 졸업 후 독일 마르부르크(Marburg)에 유학하여 철학을 연구하였다.

 

졸업 후, 처녀 시집 <구름 속의 쌍둥이(1914)>로 문단에 등장한 후, 지식인의 고독한 심리를 테마로 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본질은 러시아 작가의 작풍과 다르지 않지만 탁월한 재능으로 형식면에 은연한 영향을 끼쳤고, 그의 특징은 고전의 전통과 릴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농후한 상징주의의 음조(音調)의 미(美) 위에다 미래파의 찬탄적(讚嘆的) 속어를 종합한 데 있다.

 

혁명 이후에 작품활동이 왕성하였으나 스탈린 집권 이후 그들의 정치 노선이 생리적으로 맞지 않아 소극적인 활동을 보였다.

장편 소설 <의사 지바고>는 본국에서 출판 금지되어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1958년 <의사 지바고>로 노벨 문학상 수상이 결정되었으나, 러시아 정부의 방해로 수상을 거절하여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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