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러시아

아흐마또바

높은바위 2015. 9. 7. 08:18

 

       이별

 

저녁때의 비스듬한 길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어린 목소리로

"잊지 말아요"속삭이던 사람

오늘은 벌써 불어 예는 바람뿐

목동의 소리와

해맑은 샘가의

훤칠한 잣나무뿐

 

 

 

* 어제는 사랑에 빠져 행복했던 사람,

그 사람이 사라진 뒤의 나에겐 저녁의 비스듬한 길이 있을 뿐이다.

사랑은 '침묵'이 아니라 '대화'로 이루어진 탓에 사랑은 말의 연금술사이자 말의 포로가 된다.

그러나 비스듬한 길을 걸어 나조차 사라진 뒤에도, 모든 말들이 허공으로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맑은 샘가의 훤칠한 잣나무는 남아 있겠지.

 

안나 아흐마또바(Anna Akmatova : 1888-1966)의 본명은 안나 안드레예브나 고렌꼬이다.

오데사에서 태어나 뻬째르부르그 근교에서 자랐다.

두 번째 시집 <장미원>으로 명성을 얻은 그녀는 초기에는 친근한 구어적인 문체를 즐겼으나, 점점 고전적인 엄숙함으로 흘러갔으며, 이것은 시집 <서기(西紀)>에서 더욱 분명하다.

그리고선 그녀는 18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소련에서 가끔 발표된 시들은 제 2차 세계대전 중과 대전 후에 씌어졌으며, 1943년 무렵에 씌어진 그의 뛰어난 연작시 <주인공 없는 시>는 1960년 뉴욕에서 출판되었다.

 Прощание славянки(슬라브 여인의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