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성 소피아> 사원 뜰엔 비둘기가 날고 수도승이 흥얼거리고 있었다.
<에레크세움>은 말없이 서 있고
폐허가 된 박물관엔 호머식 싯귀의 시들이
싸늘히 식은 채로 염증을 내고 있었다.
거대한 스핑크스는 슬픔에 싸여 사막 위에 웅크리고 있고
사방에서 동떨어진 이스라엘은 비탄에 젖어
빛바랜 녹슨 율법책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스도는 탐욕스런 베들레헴을 포기했다.
여기 천국 같은 레바논. 새벽은 진홍빛으로 타오르고
눈 덮인 산은 차라리 은덩어리,
동굴에선 짐승의 무리가
비탈 아래로 나와 헤매고 있구나.
아벨의 세계여!
동심처럼 순결한 신앙의 날들이여!
<안티레바론>의 벗겨진 산등성이 뒤에서
샛별이 꺼질 듯 비추고 있다.
* 부닌(Ivan Alekseevich Bunin : 1870-1953)은 모스크바 근교의 귀족출신으로 시에서 출발하여 후에 소설을 많이 썼다.
17세 경부터 시를 쓴 그는 21세 때 <시집(1891)>을 내어 농촌과 자연을 주로 노래했고, 31세 되던 1901년에 시집 <낙엽>을 발간해 푸쉬킨상을 받았다.
후에 소설로 전향하고 10월 혁명 후 프랑스로 망명하여 파리에서 살았다.
<촌(1909-10)>에 농민의 고경을 그리긴 했으나, 농촌의 야만적인 것과 몽매의 세계를 취급한 것이 많으며, 심리 묘사에 뛰어났고 우수(憂愁)ㆍ퇴폐적인 색채가 짙다.
193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의 상징주의 물결에 크게 휩쓸리지 않고, 자연의 세계를 개척하여 전원의 아름다움과 폐허의 슬픔 등을 주로 노래했다.
마스네 - 타이스의 명상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