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러시아

블로끄

높은바위 2015. 9. 6. 06:54

 

               머리말

 

너는 들판으로 떠나버렸다. 돌아옴이 없이.

하지만 너의 이름은 거룩해지리라!

다시 저녁노을의 붉은 창은

나에게 날을 내밀었다.

 

오직 너의 황금의 퉁소에만

액일에 입술을 대리라.

모든 기도가 사라졌다면

짓눌린 나는 들판에서 자리라.

 

네가 황금의 곤룡포로 걸치고 지나가더라도

나는 이에 눈을 뜨지 못하리라.

이 꿈나라에서 한숨을 놓게 해다오,

붙잡은 길에 입맞춤을 하게 해다오.

 

오, 녹슨 넋을 쫓아내 버려라!

나를 영원히 잠들게 하라,

너, 바다와 육지를

가느다란 손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받치고 있는 너.

 

 

 

* 블로끄(Aleksandr Blok : 1880-1921)는 러시아 상징주의 최대의 시인이며,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시>에 나타난 미묘한 순결에서부터 강력한 표현의 풍부함에 이르기까지 그의 성숙한 기법은 발전해 갔다.

 

집시 여인의 사랑에 대한 도취, 조국의 정신적 운명, 그리고 시인의 예술에 대한 고통스러운 제한 등이 그의 시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1907-1916년 사이 발표된 세 권의 시집에서 잘 나타난다.

 

그의 마지막 걸작 <열두 사람>은 혁명에 대한 그의 짧았던 열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5번 2악장 클라이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