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47. 일 월(日 月)

높은바위 2005. 6. 28. 09:17
 

47. 일      월(日 月)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쏘냐.


  머언 미개(未開)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聖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哀憐)에 빠지지 않음은

  --- 그는 치욕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짐승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또한 무슨 회한(悔限)인들 남길쏘냐.

 

            문장 3호(19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