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46. 깃 발

높은바위 2005. 6. 28. 09:17
 

46. 깃   발

                         유 치 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1936. 조선문단.


  * 시인은 깃대에 매인 채,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고 유한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상향에 이르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과 그 한계를 읽어 내고 있다. 따라서 ‘깃발’은 존재와 지향 욕구의 모순과 부조리를 상징한다. 깃발의 의미를 다양한 비유로써 포착하고 있으며, 색채 심상의 대조를 통해 동경과 그 좌절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영탄과 도치로써 시 형식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