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98. 알 수 없어요

높은바위 2005. 9. 10. 05:01
 

198. 알 수 없어요

 

                          韓    龍    雲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根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丹粧)하는 저녁 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시집「님의 침묵」(1926)---


 

1.표현

  섬세하고도 순수한 우리말을 구슬처럼 엮어서, 禪의 세계를 바탕으로한 구도적(求道的) 염원을 나타냄


2.詩想의 전개

  *제1행-5행:자연현상에 나타나는 절대자의 모습

  *제6행:절대자를 향한 신앙의 고백


3.주제:절대자를 향한 구도적(求道的) 염원


4.소재:신비한 자연


5.핵심어:누구


6.표현:1)여성편향의 고백적  戀歌風의 호소와 경어체로 경건하고 겸허한 심정을 격조 높게 표현

          2)은유법, 설의법, 반복법을 구사


7.시어 풀이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 생명이 없어진 空의 상태에서 생명의 상태인 有로 화하는 윤회(輪廻)와 영생불사(永生不死)임.

  *누구의 밤 - 절대자가 없는 빈 공간 (=임의 沈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