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17. 달 밤

높은바위 2005. 7. 23. 08:44
 

117. 달     밤

 

                     이   호   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趙雄傳에 잠 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1940.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