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은 간다
김 억(1896-?)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1918. 태서문예신보
* 근대시는 교훈적, 계몽적, 민족적인 사상을 담은 신체시와는 달리 종래의 한문투의 문장을 벗어나 순수한 우리말을 찾아 쓰고자 노력했으며, 순수한 서정시를 지향하고자 했다. 특히 김억은 애조를 띤 가락에 우리 민족 고유의 민족적 정조를 담은 민요적 서정시를 쓰고자 노력했는데, 이 작품에 보이는 3․4조, 4․4조의 형식이 이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애조를 띠고 있다. 애조를 띤 가락은 식민지 치하에 있던 청년 안서와 내적 번민이 여성 편향이란 우리 옛시의 전통성과 만나 승화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는 개인적인 절망감과 그것을 야기한 암담한 현실적 분위기가 상징적으로 노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