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쿠사리'가 웬 말인가?

높은바위 2022. 11. 28. 06:23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콜록콜록거리고 기운이 없다고 안사람에게 엄살을 떨었더니, 그날 저녁, 한 잔 쭈욱 들이켜라고 액체로 된 보약을 아내가 건네는 것이었어요.

배 액기스로 만든 것이라 감기 예방에 좋다는 거예요.

남편 건강 생각하는 집사람의 정성에 고마웠지만, 그날따라, 직업정신이 발동했었던지, 고맙다는 말을 꺼내기보다, 엑기스를 대신해서 쓸 수 있는 우리말을 설명해줬습니다.

 

'엑기스'는 우리말로 '진액' 혹은 '농축액'이라고 바꾸어 쓸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배 액기스라는 말 대신, '배 진액' 혹은 '배 농축액'이라는 말을 쓰면 됩니다.

감사 인사보다 일장 연설을 듣고 난, 집사람은 뾰로통해지며, 왜 그리 쿠사리가 심하냐고 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쿠사리도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일본말이며,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쿠사리'. '쿠사리'는 생활 속에서 '꾸중', '야단', '면박', '핀잔' 따위의 뜻으로 쓰이며, '썩음'이란 뜻을 가진 일본말인데, 한자로는 '부패할 부(腐)'로 씁니다.

'쿠사리'의 유래는, 음식이나 물자가 귀했던 시절, 무엇인가를 썩인다는 것은 큰 꾸지람을 들을 일이었죠.

귀한 음식이나 물자를 썩힌 사람은 당연히 구박을 받았을 텐데요.

그래서 '쿠사리''어떤 일을 잘못 처리했거나 실수를 했을 때, 받는 구박, 면박, 꾸중, 핀잔'의 뜻을 갖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