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문법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높임법'이 발달해 있다는 점입니다.
높임법은 말하는 이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높임의 태도를 나타내는 문법 기능입니다.
높임법에는 우선 용언의 어간에 높임의 선어말 어미 '-(으)시-'를 결합시켜 주체를 높이는 '주체 높임법'이 있습니다.
또 '계시다', '드리다', '모시다' 등 특정 동사를 씀으로써 객체를 높이는 '객체 높임법'과 공손의 뜻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으)옵- / -(으)오- / -삽- / -잡-' 등을 써서 상대방을 높이는 '상대 높임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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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상대 높임법 : 반말(평어/일방 하대), 존댓말(존중어/일방 존대)로 대표되는 상대 높임법의 중요도가 가장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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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순위 주체 높임법 : 주체를 드높게 가리키거나 주체의 행동을 드높이는 주체 높임법의 중요도가 그다음으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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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순위 객체 높임법 : 인물을 높일 때 사용하는 동사(상대방:모시다, 뵙다)(사물: 드리다, 여쭙다)들이 별로 존재하지 않아서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또한 가끔은 그 용법을 무시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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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적 높임법 : 명사나 동사를 인물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밥 → 진지, 얼굴 → 용안), (주다 → 드리다, 보다 → 뵙다, 있다 →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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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론적 높임법 : 서술어(동사)에 선어말어미 '-시-'를 붙이거나 주격조사 '가'를 '께서'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다 → 이시다, 가다 → 가시다, 학부모가 → 학부모님께서)
이미 "어른 앞에서 실수하지 맙시다!... 언어예절"에서 '존대법의 표현'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오늘은 높임법과 관련된 표현 가운데 우리가 흔히 잘못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 예를 살펴봅니다.
예 : 할아버지, 아버지가 오라십니다.
'주체 높임법'에서 높여야 할 대상은 문장의 주체, 즉 주어죠.
위 문장에서 '오라십니다'는 '오라고 하십니다'를 줄인 말입니다.
주체는 말하는 이의 '아버지'이므로 말하는 이에게는 높임의 대상이 되지만, 말 듣는 이인 '할아버지'가 주체인 '아버지'보다 높은 분이기 때문에 '-시'가 쓰일 수 없지요.
그러나 '오다'의 행위 주체는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높임 선어말 어미 '-시'를 써서 '오시다'로 고쳐야 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오시라고 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오시랍니다.
이렇게 써야 옳은 표현입니다.
한 가지 더 예를 보죠.
예 : 할머님은 치아가 몹시 편찮으신데도 병원에 가시길 꺼리신다.
위 문장은 '치아'를 높여 '편찮으시다'로 나타내었군요.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지요.
'아프다'의 높임말은 '아프시다', '편찮으시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편찮으시다'는 주체를 직접 높일 때 쓸 수 있는 반면 '아프시다'는 주체를 간접적으로 높일 경우에 쓰이므로, 이 문장에서는 주어인 '치아'가 아니라 '할머니의 치아'를 높이기 때문에 '아프시다'를 써야 합니다.
할머님은 치아가 몹시 아프신데도 병원에 가시길 꺼리신다.
이렇게 써야 바른 표현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