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소식(蘇軾)

높은바위 2015. 8. 16. 09:47

 

        기여자유별어(既與子由別於)  자유(子由)와 헤어져1)

 

不飲胡爲醉兀兀(불음호위취올올)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우왕좌왕하며2) 딴 생각에 골몰하며3) 간다.

此心已逐歸鞍發(차심이축귀안발)                 벌써 고향으로 돌아가는4) 이 생각에, 안장을 얹고 막 출발하였는데 말이다.5)

歸人猶自念庭闈(귀인유자념정위)                 고향 가는 사람에겐 나와는 달리 부모님 생각뿐이겠지만,6)

今我何以慰寂寞(금아하이위적막)                 지금의 나는, 쓸쓸한 여행길의 적막(寂寞)감 속에 어디서 위안을 받는단 말이냐?

 

登高回首坡隴隔(등고회수파롱격)                 고갯마루 올라서면 (반드시) 머리 돌려 비탈진 고개 저 너머를 바라보노라면,

惟見烏帽出復沒(유견오모출복몰)                 (눈에 익은) 사람들의 검은 모자가7) 보였다가는 사라졌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苦寒念爾衣裘薄(고한념이의구박)                 된 추위에 너의 외투가 얇은 것을 염려하면서,

獨騎瘦馬踏殘月(독기수마답잔월)                 홀로 타고 가는 파리한 말이 지는 달을 (자꾸) 밟는다.8)

 

路人行歌居人樂(로인행가거인락)                 나그네는 노래하누나, 집에 있는 사람 즐겁다고.

僮僕怪我苦悽惻(동복괴아고처측)                 시동(侍童) 놈 며칠을 씻지 않아 도깨비 모양인데, 나는 마음의 슬픔에9) 고통스럽구나.

亦知人生要有別(역지인생요유별)                 역시 사람은 헤어져 봐야 그 중요한 정도를 알아채는가보다.

但恐歲月去飄忽(단공세월거표홀)                 시간이 가는 게 걱정이 된다,10) 펄펄 날아가버리는11) 그것이 말이다.

 

寒燈相對記疇昔(한등상대기주석)                 쓸쓸하기 짝이 없는 등불을 마주하고 지나간 기억들을12) 적어나가는데,

夜雨何時聽蕭瑟(야우하시청소슬)                 밤비가 내린다, 처량하지13) 않은 때가 언제였드라.

君知此意不可忘(군지차의불가망)                 너는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겠구나, 잊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愼勿苦愛高官職(신물고애고관직)                 부디 높은 벼슬에 애써 매달리지14) 말아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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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유(子由) : 소식(蘇軾)의 아우 소철(蘇轍)의 자(字).

 

2) 호위(胡爲) : 분별없는 짓을 하다. 함부로 행동하다.

 

3) 올올(兀兀) : 마음을 한 곳에 쏟아 전념하는 모양.

 

4) 축귀(逐歸) : 쫓겨나 (고향으로) 돌아가다.

 

5) 안발(鞍發) : (말에) 안장을 얹고 막 출발하다.

 

6) 정위(庭闈) : 부모가 거처하는 방.

 

7) 오모(烏帽) : 당(唐) 시대에까지는 관료의 모자였으나, 송대(宋代)에 이르러서는 평민의 모자의 뜻으로 쓰였다.

 

8) 독기수마답잔월(獨騎瘦馬踏殘月) : 홀로 타고 가는 파리한 말이 지는 달을 (자꾸) 밟는다.

첫 구절에서 술 취한 사람이 비틀대며 말을 타고 가다 이제는 말에서 떨어질 듯 말듯 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서쪽에 걸린 달을 말이 밟는 것을 작자가 보게 된다.

우왕좌왕이니 여러 번 보는 거다.

소식(蘇軾)이라는 사람이 창출하는 시적(詩的) 공간은 정말 방대하다.

 

9) 처측(悽惻) : 마음의 슬픔.

 

10) 단공(但恐) : 오직…을 걱정하다.

 

11) 표홀(飄忽) : 가볍게 흐르다.

 

12) 주석(疇昔) : 예전에 있었던 일들의 꼬투리들.

 

13) 소슬(蕭瑟) : 처량하다.

 

14) 고애(苦愛) : [혹독한 사랑]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불교 용어로 [번뇌와 애욕]으로 사용을 했다.

 

 

 

* 소식(蘇軾 : 1037-1101)은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문장가, 학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였다.

흔히 소동파(蘇東坡)라고 부른다.

현 쓰촨 성 미산(眉山)현에서 태어났다.

시(詩),사(詞),부(賦),산문(散文) 등 모두에 능해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혔다.

 

소동파(蘇東坡)는 송시(宋詩)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시인이다.

아버지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부자 세 사람이 모두 문학자로서, 세상에서는 삼소(三蘇)라고 이름났다.

 

소식의 시는 재기(才氣)에 내어맡겨, 기괴·분방·웅장한 것이었다.

소식은 구양수(歐陽脩)와 더불어 문학의 복고를 주장했지만, 가장 낭만적이고 정열적이며, 자유를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는 노자·장자·도연명을 사랑하고 불경·도경을 즐겨 읽었으며, 스님·도사와 교유하고, 첩을 얻고, 기생을 사귀었으며, 술에 취하고 크게 노래를 불렀다.

그는 인생·예술에 대해서 깊이 이해했던 시인이었다.

다만 모든 면에 있어 극단을 피하는 중용의 태도를 지켜, 고된 인생으로부터 해탈할 수 있었다.

 

<기여자유별어(既與子由別於)  동생 자유(子由)와 헤어져>는, 소식이 신축십일월십구일(辛丑十一月十九日, 1061년 11월 19일(양력 1062년 1월 8일), 26세 때[양력 기준] 정주(鄭州) 땅 서문(西門) 밖, 말 위에서 쓴 시이다.

John Denver - Take me home, Country roa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