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상은(李商隱)

높은바위 2015. 8. 13. 08:46

 

                      선(蟬) 매미

 

本以高難飽(본이고난포)                   본디 높은 나무에 살아 배부르기는 글렀고,1)

徒勞恨費聲(도로한비성)                   부질없이2) 소리로써 한을 풀려고 하는구나.3)

 

五更疏欲斷(오경소욕단)                   새벽부터4) 울어 울음소리 끊어질 듯하지만,5)

一樹碧無情(일수벽무정)                   매미 우는 나무는 푸르기만 할 뿐 무정도 하네.

 

遵宦梗猶汎(준환경유범)                   나는 하찮은 벼슬살이하느라고6) 떠돌아,7)

故園蕪已平(고원무이평)                   우리 집 뜰은 거칠대로 거칠었으니.

 

煩君最相警(번군최상경)                   그대 매미는8) 자기를 눈여겨보는 게9) 가장 싫을는지도 모르나,

我亦擧家淸(아역거가청)                   우리 집10) 역시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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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난포(高難飽) : 높은 나무에 있어 배부르기 어려움.

매미는 나무에서 맑은 이슬을 받아먹는다는 말이 있음.

 

2) 도로(徒勞) : 헛된 수고.

 

3) 비성(費聲) : 소리로 허비함.

 

4) 오경(五更) : ①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다섯째. 날 샐 녘인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 무야(戊夜).

②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의 밤 시간을 다섯으로 나눈 총칭. 곧 초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 또는 갑야, 을야, 병야, 정야, 무야 모두를 일컬음.

 

5) 소욕단(疏欲斷) : 드물다가 끊어지려고 함.

 

6) 준환(遵宦) : 벼슬자리를 좇음. 벼슬살이 함.

 

7) 경유범(梗猶汎) : 대개 떠도는 것과 같음. 梗은 ‘대개. 곧다. 굳세다’임.

 

8) 번군(煩君) : 그대 곧 매미를 번거롭게 함.

 

9) 상(相) : 보다 <거성 양(漾) 운>.

 

10) 거가(擧家) : 온 집안. 집을 통틀어.

 

 

 

* 자기 스스로의 처지를 매미에 비겨 쓴 시이다.

매미가 높은 나무에서 이슬만 받아먹고 있으니 배부르기는 글렀고, 헛되이 소리 내어 울어 그 한을 풀고 있듯, 나도 궁색한 식생활을 하며 시로써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 보려 한다.

매미는 새벽부터 울어 지친 듯 울음이 끊어질 것 같은데 매미가 붙은 싱싱한 나무는 아주 무관심하다.

나도 시를 지어 알려 보지만 높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낮은 벼슬길을 살다 보니 떠돌게 마련이라, 집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졌고, 누가 나를 주시하는 게 싫지만, 우리 집은 변변한 가재기물(家財器物) 하나 없는 가난하나 청빈한 살림이다.

 

제3, 4구, 제5, 6구는 대구(對句)가 이루어졌다 하겠다.

 

5언율시(5言律詩)로서, 압운은 聲, 情, 平, 淸 자로 평성 ‘경(庚)’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仄平平仄, 平平仄仄平, 仄平平仄仄, 仄仄仄平平, 平仄仄平仄, 仄平平仄平, 平平仄仄仄, 仄仄仄平平’으로 이사부동과 반법(反法), 점법(粘法) 등이 잘 이루어지고 평측 배열도 고르게 된 가작(佳作)이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