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상은(李商隱)

높은바위 2015. 8. 11. 08:11

 

                         항아(嫦娥)1)

 

雲母屏風燭影深(운모병풍촉영심)                 운모로2) 만든 병풍 둘러치고 촛불 그림자 그윽한데,

長河漸落曉星沉(장하점락효성침)                 은하수는3) 점점 기울고 새벽별도4) 잠기누나.

嫦娥應悔偸靈藥(항아응회투영약)                 항아는 마땅히 뉘우치겠지 불사약을5) 훔쳤으니,

碧海靑天夜夜心(벽해청천야야심)                 푸른 바다6) 하늘 위에서 밤마다 상심하리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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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아(嫦娥) : 달에 산다는 선녀. 항아(姮娥).

 

2) 운모(雲母) : 육각 판상(六角板狀)의 규산(硅酸) 광물.

엷은 판으로 갈라지는 성질이 있고 흑백 두 종류가 있으며 전기 절연체 등에 쓰임. 돌비늘.

 

3) 장하(長河) : 긴 강. 은하수(銀河水).

 

 

4) 효성(曉星) : 새벽 별. 샛별. 서성(曙星).

 

5) 투영약(偸靈藥) : 불로장생의 신령스러운 약을 훔침.

항아가 이 세상에 있을 때 남편이 서왕모에게서 구해 온 영약을 훔쳐 먹고 달로 도망갔다고 함.

 

6) 벽해(碧海) : 깊고 푸른 바다.

 

7) 야야심(夜夜心) : 밤마다의 수심(愁心).

 

 

 

* 달밤에 달을 보며 그 달 속에 살고 있는 항아의 쓸쓸한 생활과 아내를 잃은 자기의 외로움을 읊었다.

 

기구(起句, 제1구)는 ‘운모로 만든 호사스러운 병풍을 두른 방에 촛불 그림자 은은하다’ 하여 항아의 침실을 그렸다 하겠지만 지난날 아내와의 즐거웠던 생활을 말했고,

 

승구(承句, 제2구)의 ‘밤이 깊어 은하수는 저 멀리로 밀려갔고 동이 트는 때라 별들은 빛을 잃어 보이지 않게 된다’는 지금의 자기 심정이 쓸쓸함을 토로했다고 보겠다.

 

전구(轉句, 제3구)에서는 내용을 달로 전환하여 ‘달에 외로이 살고 있는 항아는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지난날 남편의 영약을 훔친 것을 후회하리라’ 했는데 저승에 있을 아내를 상상했다.

 

결구(結句, 제4구)는 마무리로 벽해같이 한없이 텅빈 푸른 허공을 바라보며 수심에 젖어 있을 항아의 심정을 그렸다.

이는 곧 자기와 저승에 있을 아내의 심정이기도 하리라.

 

7언절구로서, 압운은 深, 沉, 心 자로 평성 ‘침(侵)’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仄平平仄仄平, 平平平仄仄平平, 平平平仄平平仄, 仄仄平平仄仄平’으로 이사부동이륙대와 반법 및 점법 등이 잘 이루어졌으나 둘째, 셋째 구는 평측이 고르지 못하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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