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귀를 강구고 교실 앞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구멍수가 생기겠지."
네, 이렇게 우리에겐 아주 생소한 말들이 현재 북한에서 쓰이고 있는데요, 어떤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강구고'는 저번 "북한의 언어 : 방언이 문화어가 된 경우"에서도 소개했지만, '기울이고'란 말이고요.
'구멍수'는 '문제를 해결할 만한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설명이 있어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텐데요.
북한은 한자어와 외래어를 될 수 있는 대로 우리 토박이 말로 바꾸고 쉽게 풀어쓰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남북한 간에 달라진 낱말 수가 5만 단어 이상인데요, 이처럼 남북한의 언어가 달라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정책의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의사소통의 수단과 사고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공산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힘 있는 무기로 생각하고 주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여깁니다.
또, 우리의 언어정책이 주로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해 북한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당이 언어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낱말의 변화가 있었는데요, '도시락'을 북한에서는 '곽밥'이라고 하고요, '원피스'는 '달린옷', '주스'는 '과일단물', '노크'는 '손기척'이라고 합니다.
최근 통일원에서 날로 심화되고 있는 남북한 언어의 실태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소형택시'는 '발바리차', '귀빈석'은 '주단석', '각선미'는 '다리매', '궁금하다'는 '궁겁다', '도넛'은 '가락지빵', '드레스'는 '나리옷', '배웅하다'는 '냄내다', '어림짐작'은 '어방치기', '잔돈'은 '사슬돈', '잡곡밥'은 '얼럭밥'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말들은 북한에서만 사용해서 우리에게는 낯선 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