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긴 하지만 좀처럼 그 본래 뜻은 잘 모르는 말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 말은 바로 '치'라는 말인데요.
'마루치, 아라치' 잘 아시죠?
'마루치'는 '으뜸이 되는 사람'이고 '아라치'는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치'라는 말은 '사람'이라는 뜻이 되겠죠.
'치'는 원래 '지'였습니다.
이 말이 거센 투로 변해서 '치'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많은 벼슬이름이 나오는데, 거기에도 이 '지'가 '사람'의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고구려 시대 연개소문의 벼슬이 '막리지'였습니다.
이 말은 '마리지'라는 말이 한자식으로 옮겨 간 것으로 '으뜸' 벼슬의 뜻을 갖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가 '치'로 변했을까요?
우리말은 곧잘 거센소리로 돼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고'라고 하던 것이 변해 '코'가 됐고, '갈'이 변해서 '칼'이 됐습니다.
이런 것을 '격음화'라고 하는데 사람의 뜻을 가진 '지'도 이 현상에 따라 '치'로 바뀐 것입니다.
'치'는 사람의 뜻을 나타내긴 하지만 단독으로 쓰이는 일은 별로 없고, 그 앞에 어떤 말이 있을 때 그러한 사람, 또는 그 일과 관계되는 사람의 뜻을 나타냅니다.
'장사치', '벼슬아치' 같이요.
'거지'도 사실 원래 말은 '걸어지', '걸어치'였습니다.
거리를 떠도는 사람, 걸어 다니며 구걸을 하는 사람쯤으로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만, 그 말이 변해서 지금의 '거지'로 바뀐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 볼까요?
지금은 자주 쓰이는 말이 아닙니다만 어느 유명한 가죽제품 회사의 상표 이름과 발음이 비슷해서 그 소리는 친숙한 낱말입니다.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일컬어 '갖바치'라고 불렀습니다.
가죽을 나타내는 말 '갖'과 사람을 뜻하는 '치'가 결합해서 '갖바치'라는 말이 생긴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