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높은바위 2023. 7. 27. 07:23

 

작은 아스터 꽃

 

익사한 술배달꾼이 테이블 위에 받쳐져 있다

누군가 그의 이빨 사이에

짙은 자색 아스터 꽃을 끼워넣었군

가슴에서

피부 아래로

긴 메스를 들고

혀와 입을 잘라낼 때

난 그 꽃과 부딪치지 않을 수 없었지

옆으로 누운 그 머리에서 꽃이 미끄러져 내렸으니까

시신을 꿰맬 때

대팻밥 사이 가슴 구멍 속으로

그만 나는 그 꽃을 싸 넣어버렸다

네 꽃병 속에서 실컷 마시거라!

편안히 쉬거라

작은 아스터 꽃아!

 

* 이 시는 이른바 벤의 처녀 연작시 <시체 공시장 - 기타>에 나오는 작품으로서,

연작시는 <아름다운 청춘> 등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다.

 

* * * * * * * * * * * * * * *

 

*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1886년 5월 2일 ~ 1956년 6월 7일)은 독일의 시인, 수필가, 의사이다.

고트프리트 벤은 1886년 5월 2일 베스트프리그니츠(Westprignitz) 지방의 만스펠트(Mansfeld)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구스타프 벤(Gustav Benn)은 당시 29세의 프로테스탄트교 목사였고, 어머니 카롤리네 벤(Caroline Benn)은 프랑스어권 스위스에서 오랫동안 시계 공장을 운영한 가문 출신이었다.

벤은 일곱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 중 둘째, 하지만 아들로서는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려진 바가 없는데, 아마 마음을 편하게 둘 수 없었던 냉혹했던 소외의 시간에 대해서는 추억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벤 집안의 분위기는 철저하게 미학적 감각이 결여되어 있었는데, 종교적 텍스트와 무미건조한 찬송가만 존재하는 경건하고 각박한 분위기였다.

이러한 집안 분위기가 기본적인 증오 관계의 시발점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목사였던 아버지 구스타프 벤은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

그의 행동은 "엄한 훈련과 지나친 광신, 그리고 무자비함"으로 줄여 말할 수 있다.

소년 고트프리트 벤은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더(Frankfurt an der Oder)에서 중학교를 다녔는데, 이후에 진학 문제로 벤은 아버지와 갈등을 빚게 된다.


고트프리트 벤은 한스 카로사와 더불어 전간기를 대표하는 독일의 시인이다.

둘은 공교롭게도 같은 의사이지만, 시의 스타일은 판이했다.


카로사의 경우 전통적인 작법을 따른 시인이자, 의사로서도 전통적인 인물이었다면 고트프리트 벤의 경우 정신분석학에 큰 영향을 받아 의사로서도 시인으로서도 진보적인 작법을 구사하던 인물이다.

그의 시는 표현주의에서 출발하여, 허무주의의 극복을 둘러싸고 변모를 거듭하였다.

벤의 시는 표현주의, 초현실주의로 대표할 수 있는데, 이는 나치 정권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아 나치 독일 당시 큰 제재를 당한다.

작품에 시집 ≪모르그(Morgue)≫, ≪정역학적(靜力學的) 시편≫, 수필 <프톨레마이오스가의 사람들>, 자서전 ≪이중생활≫ 따위가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뇌수>, <서정시의 여러 문제> 등이 있다.

노벨 문학상에 5번 후보로 올랐다. 

1951년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