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샘
램프를 끄고 잠이 들라. 오직 들려오는 소리는
오래된 샘의 잠들지 않는 물 흐르는 소리이다.
곧 당신은 알게 되리라, 모든 나의 집 손님들이 그러했듯이,
당신이 그 물 흐르는 소리에 익숙해짐을.
그러나 가끔씩, 꿈꾸던 중에,
온 집안에 어떤 이상스러운 편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무거운 발걸음이 안마당 자갈을 저벅저벅 밟고 들어와,
낭랑하게 울리던 물소리가 조용히 멈추고,
그러면 당신은 깨어난다.— 그러나 두려워 말라.
땅 위에 수많은 별들은 고요히 머물러 있다.
그것은 다만 한 여행자가 돌로 된 샘터에서
그의 손에 약간의 물을 받는 것이다.
곧 그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는 다시 이어진다.
기뻐하라, 이곳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수많은 이들이 별빛 가운데 어딘가로 걸어간다,
그리고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어떤 이들은 당신에게로 온다.
* * * * * * * * * * * * * * *
The Old Fountain
Put out the lamp and sleep. The only sound
Is the old fountain's wakeful pattering.
Soon you will find, as all my house guests do,
That you are accustomed to its murmuring.
Yet sometimes, in the middle of a dream,
Through the whole house a strange unease can spill.
Heavy footsteps crunch on the courtyard gravel,
The bright splashing suddenly falls still,
And you awake. — But do not be afraid.
Above the earth the numbered stars still stand.
It's just a wanderer come to the stone trough
To scoop a little water into his hand.
Soon he will leave, and the pattering resume.
Rejoice that in this place you are not alone.
So many walk abroad in the starlight,
And others journey towards you, yet unknown.
* * * * * * * * * * * * * * *
*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년 12월 15일 ~ 1956년 9월 12일)는 독일의 의사이자 작가이다.
1903년 의사 시험에 합격하여 결핵 전문의인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에는 군의관으로 참가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시를 썼으나 《뷔르거 의사의 운명》을 비롯하여 자기의 체험에 바탕을 둔 자전적인 소설을 쓰게 되었다.
괴테의 휴머니즘을 계승하는 작가로서 현대 독일 문단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작품으로 《루마니아 전쟁기》, 《의사 기온》, 《유년 시대》, 《아름다운 유혹의 해》등이 있다.
한스 카로사는 1878년 퇼츠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권유에 따라 뮌헨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파사우에서 의사로 봉직했다.
뮌헨에 거주할 당시 그는 릴케와 프랑크 베데킨트 등의 작가들과 교류를 했으며, 1910년에는 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1913년에는 일기 형식을 띤 산문시 ≪뷔르거 박사의 종말(Dr. Bürgers Ende)≫이 출간되었다.
1914년부터 카로사는 뮌헨으로 옮겨 와 의원 생활을 계속하며, 작품 집필에도 열중했다.
1922년에 그의 자전 소설 ≪유년 시절≫이 출간되었으며, 그 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자전소설 세 권을 더 써 냄으로써 독일의 자전소설사에 큰 기여를 했다.
1929년부터는 의사 생활을 접고 작품 생활에만 전념했다.
1931년에는 고트프리트 켈러 문학상을, 1938년에는 괴테 문학상을, 1939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산레모(San Remo) 문학상을 받았다.
1956년 파사우 근처에서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