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4

포르투갈: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기울어진 비* (* '사선으로 내리는 비'라고 옮길 수도 있다.) Ⅰ 무한한 항구에 대한 내 꿈이 이 풍경을 가로지르고 부두에서 멀어지면서 수면에 그림자로 햇빛 비치는 저 오래된 나무들의 잔상을 끌고 가는 거대한 배의 돛들로 색깔은 투명하다··· 내가 꿈꾸는 항구는 그늘지고 창백하고 이 풍경은 이쪽을 비추는 햇살로 가득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서 오늘의 태양은 그늘진 항구 그리고 항구를 떠나는 배들은 햇볕을 받는 나무들··· 이중으로 해방되어, 나는 아래의 풍경을 떨쳐버렸다··· 부두의 그림자는 깨끗하고 평온한 길 마치 벽처럼 세워지고 일어나는 그리고 배들은 나무 둥치들 속을 지나간다 수직으로 수평적으로, 잎사귀들 사이로 닻줄을 하나씩 물속에 떨어뜨리며··· 내가 누구를 꿈꾸는지 나도 모른다··· 갑..

포르투갈: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빨래하는 여인 빨래하는 여인이 욕조의 돌에다 잘도 옷을 두드리는구나. 그녀는 노래하느라 노래하며 슬퍼하네 존재하느라 노래하느라, 그래서 그녀는 기쁘기도 하네. 그녀가 옷을 다루듯 나도 언젠가 저렇게 시를 지을 수 있다면 아마도 내게 주어진 온갖 길들을 잃어버리겠지. 하나의 엄청난 전체가 있다 생각도 이성도 없이 하는 둥 마는 둥 노래하며 현실 속에 빨래를 두들기는 것…… 하지만 내 마음은 누가 씻어줄까? - 1933. 9. 15 * * * * * * * * * * * * * * 여인이 빨래를 하면서 돌에 옷을 두드린다. 그녀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빨래를 두드린다. 노래하고 있지만 왠지 슬퍼보이기도 한다. 슬프지만 고되게 빨래하는 일에 힘을 주는 노래이다. 그녀는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고된 삶을 ..

포르투갈: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습지들* 내 금빛 영혼을 갈망들로 비벼대는 습지들··· 다른 종들의 먼 종소리··· 황금색 밀밭이 창백하다 노을의 잿더미 속에서··· 내 영혼으로 육욕의 한기(寒氣)가 흐른다 이렇게나 한결같구나, 시간이여···! 야자수 꼭대기들에서 흔들린다···! 잎사귀들이 응시하는 우리 안의 침묵··· 가느다란 가을 희미한 새의 노래의··· 침체 속에, 잊힌 푸름 아 시간 위에 발톱을 물리는 갈망의 함성은 어찌나 고요한지! 나의 경탄은 우는 것 이외의 것을 얼마나 열망하는지! 두 손을 저 너머로 뻗쳐보지만, 뻗치면서 난 이미 본다 내가 욕망했던 그것이 원했던 그것은 아님을··· 불완전한 심벌즈··· 오 그토록 오래된 시간 스스로로부터 추방하는 시간! 침범하는 후퇴의 물결 기절할 때까지 계속되는 나 자신으로의 도피, 그..

포르투갈: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기차에서 내리며 나는 기차에서 내리며, 동행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우리는 열여덟 시간 동안 함께 있었지... 기분 좋은 대화 여행속에 피어나는 우애. 나는 기차를 떠나는 것이. 놔두고 가는 것이 슬펐어. 영영 이름도 모를 우연의 친구를. 내 두 눈에서. 느껴졌네. 눈물이 글썽이는 것이... 모든 이별은 하나의 죽음이라네... 그래. 모든 이별은 죽음이지. 삶이라 부르는 이 기차 속에서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우연이겠지. 그리고 마침내 내려야 할 때가 되면 우린 모두 서운해 한다.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나도 인간이기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건 사상이나 강령에 대한 친밀감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와의 넓은 우대감이기에. 슬퍼하며 집을 나간 하녀가 향수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