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3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Mis ojos, din tus ojos)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눈이 아니요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 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 없이는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나의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시들어지는 십자가 길입니다. 그대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의 별이 없다면 나는 어느 곳을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는 내 목소리는 약해만 집니다. 그대 바람의 냄새, 그대 흔적의 잊혀진 모습을 좇습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서 끝납니다. * * * * * * * * * * * * * * * * 미겔 에르난데스 길라베르트(1910년 10..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부상자 전쟁이 있는 저 들판에는 시체가 널려 있고 부상자들이 널려 있는 그곳에 사방으로 뜨거운 핏줄기가 솟아오른다 분수에서 뿜어대는 물줄기처럼 피는 항상 하늘을 향해 토하고 파도처럼 상처에서 피가 한꺼번에 솟구칠 때 소라껍데기처럼 상처의 외침 소리가 들린다. 피는 바다 냄새가 나고, 바다맛이 나고, 술 창고 맛이 난다. 바다의 술 창고에서 사납게 포도주가 폭발한다 그곳에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부상자가 빠져서, 피를 쏟고 죽어가네 나는 부상당했다. 아직 더 생명이 필요한데 남은 피는 자유를 위한 것 나의 상처로 솟을 피가 누가 부상당하지 않았는지 말해보라 나의 삶은 행복스러운 젊음에 생긴 상처 부상을 입지도, 삶에서 고통을 느껴보지도 못한 나 살아서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리 나, 기쁘게 부상을 입었어 ..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병사 남편의 노래 당신 속에 나는 사랑과 생명을 심었소 당신의 사랑에 답하고자 나는 피의 메아리를 연장하였고, 쟁기가 고랑 위에서 기다리듯 나는 당신의 심연에까지 갔었소. 드높은 탑, 높은 빛, 커다란 눈동자의 갈색 여인이여 나와 살을 섞은 여인, 나의 삶의 위대한 동반자여, 새끼를 밴 암사슴의 박동처럼 당신의 미친 듯한 가슴이 나에게까지 와닿는구려… 나의 분신이여, 나의 날개의 원동력이여 이 죽음 가운데에서 당신께 생명을 바치오 여인이여, 사랑하는 이여,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이 납덩이 속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땅 속에 묻힌 잔인한 관 위에서 아니 죽은 시체 위에서 무덤도 없이 당신을 사랑하며, 가루가 되어 죽을 때까지 온 마음 바쳐 당신에게 입 맞추고 싶소 전쟁터에서 당신을 기억하노라면 내 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