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金珖燮) 3

219. 비 개인 여름 아침

219. 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金珖燮)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시집 「동경(憧憬)」(1938)--- 1.시작(詩作) 배경 5행밖에 안 되는 짧은 시지만, 산뜻한 여름 감각이 유감없이 표현되어 담담한 한 폭의 수채화를 대하는 느낌이다. 비가 개인 날의 유난히 맑은 하늘, 녹음은 짙어 새로이 윤기가 흐른다. 물속을 들여다 보니 맑은 하늘이 내려와 잠겨 있고, 짙푸른 녹음이 그림처럼 곱게 배경을 이루고 있다. 금붕어도 신이 나서 멋지게 헤엄치며 놀고 있다. 그것을 지은이는 무슨 색지를 펴놓고 금붕어가 시를 쓴다고 표현했다. 아름다운 것은 역시 시의 최대의 매력이요, 기쁨이다. 이 시를 읽으면 시적인 매력과..

218. 마 음

218. 마음 김광섭(金珖燮)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 「문장」 6월호(1939) --- 1.시작(詩作) 배경 이 시는 곱고 부드러운 격조와 적절한 은유로 아름다운 언어의 조화를 이룬다. 은유와 상징이 잘 구사되어 세련미와 함께 지적 관조도 보인다. 자기의 마음을 고요한 물결에 비유하여, 심리적 갈등과 함께 파문을 일으키기 쉬운 마음을 지키려는 경건한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초기 작품에 속하는 이 시는 자기의 꿈을 ..

217. 해바라기

217. 해바라기 김광섭(金珖燮) 바람결보다 더 부드러운 은빛 날리는 가을 하늘 현란한 광채가 흘러 양양(洋洋)한 대기에 바다의 무늬가 인다. 한 마음에 담을 수 없는 천지의 감동 속에 찬연히 피어난 백일(白日)의 환상을 따라 달음치는 하루의 분방한 정념에 헌신된 모습 생의 근원을 향한 아폴로의 호탕한 눈동자같이 황색 꽃잎 금빛 가루로 겹겹이 단장한 아! 의욕의 씨 원광(圓光)에 묻힌 듯 향기에 익어 가니 한 줄기로 지향한 높다란 꼭대기의 환희에서 순간마다 이룩하는 태양의 축복을 받는 자 늠름한 잎사귀들 경이(驚異)를 담아 들고 찬양한다. ---시집 「해바라기」(1957)--- 1.시작(詩作) 배경 해바라기가 피어나는 자연의 배경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운 현상과 함께 어우러져 생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느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