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90. 墓 地 頌

높은바위 2005. 7. 18. 05:58
 

90. 墓 地 頌

 

                박 두 진

 

  北邙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수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읫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곷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1939. 문장

 

* 이 시의 문체와 표현의 특징으로 시각적인 안식감과 화려함이 시의 초반부에서 죽음을 미화하다가, 끝 연에서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동원한 입체적 감각 속에서 죽음의 미화를 마무리하고 있는 기법이 특이하다.

  이 시는 구조면에서 제 1연과 4연이 무덤의 외부를 묘사하고, 제2연과 3연이 무덤의 내부를 묘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 제 1연과 제 4연의 무덤의 외부 묘사에서는 인간의 주검이 영원한 자연의 품에 일체화되고 포용되어 자연의 일부로 재생하여 있는, 그러한 ‘밝음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다. 이에 반하여 제2연과 3연의 무덤의 내부 묘사는 그처럼 자연에 동화되어 있으면서도 의지적인 희망과 확신을 지닌(어떤 이의 설명에 의하면 구약적인 메시아를 기다리는 재림에의 갈망을 지닌) 그러한 ‘어둠의 세계’이다.

  박두진은 기독교적인 이상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시를 지었다. 종교적인 의미에 있어서 죽음은 생의 종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죽음을 이해할 때, 자연은 이러한 섭리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죽음은 곧 자연이 되는 것이다. 고래로 자연은 인간에게 외경의 대상이었다. 자연의 영원한 순환에 참여함으로써 인간은 생의 근거를 얻고자 하였다. 이 시의 생사관은 바로 그러한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묘지송」과 「해」와의 관계 : 「묘지송」의 제작 연대는 1939년, 「해」의 제작 연대는 1945년, 시대적으로 볼 때, 「묘지송」은 일제 말기의 암담한 수난기를, 「해」는 그 수난에서 풀려 난 뒤의 벅찬 변혁기를 대표한다.

  그만큼 「묘지송」이 모든 시대적 수난과 고초와 절망을 보다 더 내적이고 초시간적이고 종교적인 전체 우주적인 질서와 그 섭리에서 불멸의 생명 의욕으로써 이를 초극하려 하고 있다. 이에 비해서 「해」는 그러한 어둠, 죽음, 어떤 종말에서 풀려 나와 새로운 비약, 모든 것의 모두의 바램, 현실적이며 지상적이며 현세적인 모든 것의 모두의 벅찬 기대와 희망, 그 확실성에 대한 신념이 그것을 초월하는 하나의 영원, 완벽한 이념이고자 활개치고 그리고 그 이미지를 보다 더 유연하고 힘찬 가락으로 형상화하려 하고 있다. 보다 외적 지향적인 시적 자세가 오래 벅차있던 내적, 정신적, 체질적인 전통적 가락과 진취적 이상 같은 것으로 나대로는 하나의 절대 영원의 이상 세계를 현실--초현실의 원융․무애․궁극․절대적인 세계와 같은 것으로 일원화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