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88. 家 庭

높은바위 2005. 7. 18. 05:56
 

88. 家    庭

 

                             박 목 월

 

  地上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地上

  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地上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1964. 『청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