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48. 曠野에 와서

높은바위 2005. 6. 28. 09:18
 

48. 曠野에  와서

 

  興安嶺 가까운 北邊의

  이 광막한 벌판 끝에 와서

  죽어도 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위에

  오늘은 이레째 暗愁의 비 내리고

  내 망나니를 본받아

  화톳장을 뒤치고

  담배를 눌러 꺼도

  마음은 속으로 끝없이 울리노니

  아아 이는 다시 나를 過失함이러뇨

  이미 온갖을 저버리고

  사람도 나도 접어주지 않으려는 이 자학의 길에

  내 열 번 패망의 인생을 버려도 좋으련만

  아아 이 悔悟의 앓임을 어디메 號泣할 곳이 없어

  말없이 자리를 일어나와 문을 열고 서면

  나의 탈주할 사념의 하늘도 보이지 않고

  정거장도 이백리 밖

  암담한 진창에 갇힌 철벽 같은 절망의 광야!

 

                               1940. 인문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