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38. 떠나가는 배

높은바위 2005. 6. 28. 09:07
 

38. 떠나가는 배

                       박  용  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득한 이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최나니

  골잭이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지슨ㄴ다.

  앞대일 어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1930. 시문학


* 이 시는 일제의 암담한 현실을 앞에 두고, 젊은이가 눈물로만은 살아 갈 수가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정든 고향, 정든 사람을 두고 떠날 수는 없어도, 눈물로만 보낼 수 없으니 떠나야겠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실은 자신이 먼저 울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제하의 청년의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