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 테요
五月 어느날 그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지최도 없어지고
뻐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문허졌느니
모란이 지고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말아
三百예순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있을테요 찬란한슬픔의 봄을
1934. 문학
* 모란을 소재로 하여 영원할 수 없는 지상적 아름다움에의 기다림과 비애를 노래했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모순 형용은 아름다움에의 환희와 그 소멸로 인한 슬픔이 한데 엉킨, 달리 말하면 아름다움에의 도취와 그 덧없음에 대한 슬픔이 결합된 시적 화자의 심경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슬픔과 비애까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김영랑 초기시의 유미주의적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