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1)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2)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3)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시문학 3호(1931)
*
1)새악시
: 새색시의 사투리.
2)
살포시 : 살며시, 매우 부드럽고 가볍게.
3) 에메랄드 : 연푸른 빛을 띤 보석. 한 없는 청순함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