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33.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높은바위 2005. 6. 2. 18:31
 

33.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김  영  랑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오르는 아침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1930.  시문학



* 이 시에서 ‘강물’은 실재하는 강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 속 어딘가에 있다. 가슴에나 눈에 또는 핏줄 속에 있는 듯도 하고, 어디라고 할 수 없지만 ‘마음이 도른도른(사전에는 나와 있지는 않으나,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의태어) 숨어 있는 곳’, 거기에 있는 듯도 하다. 그런데 6행에서 숨어 있다는 것은 마음이 현실의 외부 세계로 물러나 들어옴을 뜻한다. 그 때 나는 평화와 안정, 혼자만의 기쁨을 맛본다. 따라서 강물은 내 마음에만 있는 세계로, 이러한 자기만의 평화와 그윽한 아름다움의 이미지이다. 또 바로 그 내면의 세계가 객관적인 현실의 외부 세계와는 무관한 영랑의 순수 서정의 세계이며 ‘내 마음’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