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夜 行 車 속
사투리는 매우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젓가락으로 밥을 날러가는 어색한 모양은,
그 까만 얼골과 더불어 몹시 낯익다.
너는 내 방법으로 내어버린 벤또를 먹는구나.
“젓갈이나 걷어 가주올 게지 --- ”
혀를 차는 네 늙은 아버지는
자리가 없어 일어선 채 부채질을 한다.
글쎄 옆에 앉은 점잔은 사람이 수건으로 코를 막는구나.
아직 멀었는가 추풍령은 ---
그믐밤이라 정거장 푯말도 안 보인다.
답답워라 산인지 들인지 대체 지금 어디를 지내는지?
나으리들뿐이라, 누구한테 엄두를 내어
물을 수도 없구나.
다시 한번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양복쟁이는 모를 말을 지저귄다.
아마 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아나보다.
되놈의 땅으로 농사 가는 줄을 누가 모르나.
面所에서 준 표紙를 보지, 하도 지척도 안 뵈니까 그렇지!
차가 덜컹 소리를 치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필연코 어제 아이들이 돌멩이를 놓고 달아난 게다.
가뜩이나 무거운 짐에 너 그 사이다병은 집어넣어 무얼 할래.
오오 착해라, 그래도 누이 시집갈 제 기름병을 할라고 ---
노하지 마라 너의 아버지는 소 같구나.
빠가! 잠결에 기대인 늙은이의 머리를 밀쳐도,
엄마도 아빠도 말이 없이 허리만 굽히니 ---
오오, 물소리가 들린다 넓고 긴 낙동강에 ---
대체 어디를 가야 이 밤이 샐까?
얘들아, 서 있는 네 다리가 얼마나 아프겠니?
차는 한창 강가를 달리는지,
물소리가 몹시 정다웁다.
필연코 고향의 강물은 이 꼴을 보고 노했을 게다.
1935. 동아일보